지난 20일, 새 정부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담당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무원 5·7·9급 공채 시험기간을 2개월가량 단축하는 내용의 공무원 채용체계 개편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연간 약 25만 명의 수험생들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있으나, 합격자는 약 1.8%에 불과하고 나머지 98.2%의 수험생들은 불합격해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함에 따라 연간 약 17조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개편 이유를 밝혔다.

통상 공무원 채용시험 계획은 연 초에 공고되지만, 최종합격자는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친 끝에 연말이 되어서야 발표되는 탓에 수십만의 수험생들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한 해의 대부분을 시험일정으로 소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정기획위는 이로 인해 공무원 수험생들의 경우 시험에 불합격했을 때 민간의 다른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연 초의 선발공고를 보고 공무원 시험에 재수하는 것을 선택할 수박에 없는 만큼, 구조적인 문제점 개선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원서접수에서 합격자 발표에 이르기까지 5급은 행정직은 293일, 기술직은 317일이 소요되며 7급의 경우 171일, 9급은 182일이 소요된다. 이에 국정기획위는 5급 행정직의 경우 71일이 줄어든 215일, 기술직의 경우 71일이 줄어든 260일, 9급은 기존보다 71일 줄어든 111일, 7급은 61일 줄어든 110일로 기간을 단축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2가지 이상의 시험을 동시에 병행해 처리할 수 있도록 시험 집행을 위한 인력과 장비·조직이 단계적으로 확충된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올해 공무원 시험 기간 단축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면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때는 내년이 될 것”이라며 “공무원 시험과 관련해 수험생과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 등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7조 원이 소요되는데 시험기간 단축을 통해 약 6천425억 원의 비용이 감축될 것으로 전망 된다”라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에 투입되는 청년층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기존의 공무원 채용방식의 손질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PSAT의 공채 도입이다. PSAT의 경우 현재 공기업 채용과정에서 실시하고 있는 NCS와 유사한 만큼 이를 공채 시험에 도입할 경우, 공무원 수험생들의 지원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 또한 이미 올해 초 7급 공채 시험의 역량평가를 강화하기 위해 2021년부터 PSAT(공직적격성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의 2017년 업무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정기획위는 공직의 지역 대표성 제고 및 학교교육과 공무원 채용의 연계 강화를 위해 지역인재 수습직원의 선발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 또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정기획위의 이 같은 대책을 바라보는 공시생들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공무원 수험생 정 모(27)씨는 “채용기간을 단축하고 PSAT를 도입한다고 공시낭인이 줄어들겠나. PSAT를 도입한다고 해도 어차피 또 다른 유형의 공시낭인들을 양산할 뿐”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수험생 김 모(22)씨는 “어차피 공무원이 하는 업무는 창의적·혁신적이라기보다 신중함과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인데 PSAT를 도입한다고 해서 직무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자꾸 채용제도에 손을 대지 말고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것이 공시낭인을 줄이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상기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